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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래, 돈보다 존엄한 것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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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money여기 돈만 있으면 뭐든지 살 수 있는 세상이 있다. 바다 코끼리나 검은 코뿔소 같은 희귀 동물의 뼈가 값만 제대로 치러지면 암흑의 경로를 통해 거래된다. 영국의 한 도박 웹사이트에서는 유명 인사의 죽음 시기를 놓고 도박이 이뤄진다. 이 세상에선 교과서에서 배운 생명 존엄 사상도 배려심도 없다. 오로지 돈을 무기로 거래만이 이뤄질 뿐이다.

이 세상 뿐 아니다. 돈은 우리 주변에서도 그 힘을 자랑한다. 비행기나 열차도 좌석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 값비싼 좌석을 구입한 사람은 더 나은 편의를 제공받는다. 놀이공원이나 병원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비용만 더 지불하면 남들과 똑같이 도착했어도 더 빨리 놀이기구를 타고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돈의 힘은 기회의 평등보다 우선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이제 거의 없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더라도, 돈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돈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진다. 생명과 존엄성, 시간을 돈으로 바꾸려는 사람들과 이를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시장이 형성되고 거래가 이뤄진다.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는 다양한 예를 통해 돈으로 무엇이든지 사고팔 수 있다는 사고 방식이 커져가는 것을 지적한다. 성적을 올리기 위한 장학금 제도, 마약을 하는 여성들에게 지급하는 불임 시술 비용, 비만 탈출을 위한 격려비 등 돈으로 보상하겠다는 논리들이 만연하다면서.

물론 저자인 마이클 샌델 교수의 생각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많다’에서 끝나는 건 아니다. 저자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아직 많이 존재한다”라며 “돈으로 무엇이든 사려하거나 사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한다.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 배우려는 의지, 신체 건강, 삶과 죽음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기 때문이다. 돈으로 사람을 살 수 있고 더 나은 교육을 배울 순 있지만, 개인의 노력과 타고난 천성을 무시할 순 없다.

게다가 돈 같은 물질 외 요소를 중요시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한여름 땡볕에서 강냉이를 파는 할머니를 위해 할머니가 파는 강냉이를 모두 사 간 경찰관 얘기를 보자. 세상은 아직 훈훈하다. 사람이 서로 관계를 맺는 데 있어 반드시 ‘돈’만 있는 건 아니다.

저자는 이런 결론을 모두 토론을 통해 이끌어낸다. 결론을 먼저 내리고 얘기를 진행하지 않는다. 저자의 생각뿐만 아니라 독자의 생각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 책은 2012년 봄부터 저자가 ‘시장과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하버드대에서 강의한 내용이다. 저자는 ‘사람들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어하는가’라는 물음을 통해 돈이 교육과 환경, 시민생활 부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책은 토론 과정을 담은 결과물이다.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싶은지, 그렇지 않은지를 이 책을 통해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다.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지음
• 와이즈베리
•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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